이탈리아에서 다져진 이사무·노구치와 야스다 칸의 교류, 공원의 형태로 홋카이도에서 다시 만나다

오도리공원에 제작 설치된 이사무·노구치의 작품 ‘블랙·슬라이드·만트라’ 노구치의 예술이념을 상징하며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조각된 이 작품에는, 사실은 전신이 있는데, 바로 이 작품이 두 조각가 이사무·노구치와 야스다 칸의 만남과 교류의 증거입니다.


블랙·슬라이드·만트라’의 전신은 ‘슬라이드·만트라’라는 1986년에 개최된 현대미술제전 ‘베네치아·비엔날레’에 노구치가 미국대표로서 출품한 작품중 하나.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당당하고 자유로운 형태의 미끄럼틀 겸 조각작품은 야스다와 조르지오·안젤리라는 석공의 협력하에 제작되었습니다. 조르지오·안젤리는 야스다와 노구치가 신뢰하는 석공입니다. 야스다가 아틀리에를 장만한 이탈리아의 피에트라 산타 일대는 미켈란젤로도 작품제작에 사용했다고 하는 우수한 대리석 산지로 유명하며, 많은 석공들이 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구치도 많은 작품을 이곳의 돌로 만들었고, 만년에는 야스다의 아틀리에에서 작품제작도 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다져진 두 사람의 교류가 세월이 흘러 멀리 떨어진 홋카이도의 땅에서 ‘아르테 피아짜 비바이’와 ‘모에레누마 공원’이라는 서로의 집대성이라고 할 만한 작품을 ‘공원’ 이라는 형태로 완성한 것에는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는 강한 인연을 느낍니다.

아르테 피아짜 비바이는 산속에 살아 숨쉬는 조각공간. 야스다가 지금도 창작의 손길을 멈추지 않는 대자연과 조각이 어우러진 야외조각공원입니다. 야스다가 만들어 내는 우아하면서 때로는 유머러스한 작품과 신록이 우거진 자연이 조화되어 공간 전체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한편, 모에레누마 공원은 광활한 대지에 다이나믹한 기하학적 형태를 배치한 긴장감 있는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좋은 대조를 이루는 두 공원을 돌아봄으로써 각각의 공간이 가진 예술성을 더욱 인상 깊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공원’이라는 작품을 통해 교차되는, 시공을 초월한 두 조각가의 대화를 부디 체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2009년 8월 19일·모에레누마 공원 학예 연구원 미야이 카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