ジャン・ギョンゼ

장경재

北海道大学国際本部 学術研究員。観光学博士。最近ハマっているアニメは「夜ノヤッターマン」。

자기소개: 홋카이도대학 국제본부 학술연구원. 관광학 박사. 요즘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밤의 얏타맨"

세상에서 고양이가 없어진다면

世界から猫が消えたなら

ジャン・ギョンゼ

さんが3月16日に投稿。

장경재 wrote this on Mar 16

5월14일 개봉하는 영화『世界から猫が消えたなら(세상에서 고양이가 없어진다면)』(http:// www.sekaneko.com/) 사전 시사회에 다녀왔다. 사토 타케루와 미야자키 아오이 주연의,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이 있는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삶에 대한 집착과 나다움의 갈등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느 날, 집배원인 주인공(사토 타케루)에게 죽음이 다가온다.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악마다. 악마는 주인공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어떤 물건을 버리는 대신 하루의 삶을 주겠다고. 하지만 그는,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루의 삶과 나다움을 간직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던 주인공은, 마지막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한 주인공의 갈등과 선택을 보며,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좋은 작품이었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매력은 주요 무대인 하코다테의 아름다운 거리와 풍경이다. 영화에는, 촬영지에 꼭 가보고 싶은 작품과 장소가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는 전자다. 그것도, 그냥 로케이션에 가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노면전차를 타고 시계점, 극장을 둘러보고 싶어졌다. 아쉬운 점은, 영화에 등장하는 시계점과 극장이, 기존 건물을 촬영용으로 변경한 것으로 지금은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포일러 때문에 고양이에 대한 얘기를 못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세상에서 고양이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강아지도.

neko_1

 

【스토리】

살기 위해선 없애야 한다

30살 집배원

어느 날 찾아온 불치병

그런 내 앞에

나와 똑같은 모습의 악마가 나타났다

소중한 무언가를 없애는 대신

하루의 인생을 준다고 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전화  영화  시계 … 그리고 고양이
사라져가는 세계 속에서

나는 예전의 연인과 다시 만나

사랑했던  그리고 헤어진 기억을 떠올린다

친구, 그리고 멀어지게 된 아버지와의

기억도 되살아난다

마지막에 발견한 것은

어머니가 생전에 남긴 편지

그리고 찾아온 인생 마지막 날

난 결심한다

 

read more>>

디지털과 아날로그, “스타워즈전” @삿포로 예술의숲 미술관

デジタルとアナログ、「スター・ウォーズ展」@札幌芸術の森美術館

ジャン・ギョンゼ

さんが8月31日に投稿。

장경재 wrote this on Aug 31

자신을 디지털 세대 혹은 아날로그 세대로 정의해야 한다면, 나는 경계 선상에 있다고 답하고 싶다. 나는 지금과 같은 날 때부터 디지털인 세대는 아니다. 그렇다고 성인이 되어서 디지털 문화를 접한 아날로그 세대도 아니다. 중학생 때 전화선을 이용한 TCP/IP로 인터넷을 시작해, 고등학교 때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등장해 티브이로 중계를 보며 선수를 응원했다. 제1세대 프로게이머와는 거의 같은 연배이기도 하다.

star_01

한편, “스타워즈”의 클래식 3부작과 프리퀄 3부작(1997년부터의 3부작)은, 내 인생의 아날로그 시대(태어나기 전이지만), 그리고 디지털 시대가 시작된 때에 등장했다. 경계 선상에 사는 입장에서 두 시리즈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난 단연 클래식 3부작이다. 첫 작품인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을 봤을 때, 난 큰 충격을 받았다. 미래를 그렸기 때문이 아니라, 손에 닿을 것 같은 사실적인 미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미래는 아름다웠다. 과학기술이 만드는 멋진 신세계. 미래인의 도구나 우주선, 전함은 상처 하나 없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에피소드 4에서 그 등식은 완전히 깨졌다. 에피소드 4는 C-3PO와 R2-D2의 등장부터 시작한다. 둘의 녹슨 몸의 표면에는 검은 기름 얼룩이 붙어있다. 둘 뿐이 아니다. 요즘 캠페인으로 ANA의 기내지에 기종이 소개된 “밀레니엄 팰컨호”의 등장 장면도, 그때까지의 우주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star_02

현실적으로 그려진 모습을 스타워즈를 보며, 꿈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말도 안 되는 미래가 아니라, 정말 다가오고 있는 미래가 그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4의 그런 매력은 CG가 아닌 아날로그의 “힘(포스)”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삿포로 예술의 숲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스타워즈전”은 다시금 아날로그의 힘을 느끼는 기회였다. 전시에는 영화에 등장한 의상이나 도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내 눈을 끈 것은 인물, 설정, 배경, 이야기 등 스타워즈의 세계관을 모티프로 한 회화작품들이다. 몇 점은 디지털 아트였지만 대부분이 유화 등 전통적 기법으로 만들어진 “아날로그”다. 어느 저택이나 고성, 미술관에 수십 년, 수백 년간 걸려있었다고 해도 믿어질 만큼 정통적인 기법을 사용한 작품들. 특히 유화에는, 잘 설명하기 힘들지만, 신비한 설득력(포스?)이 있다. 이 작품은, 그리고 이 작품의 세계는 진짜다라는.

star_03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에는 “STAR WARS VISIONS”라는 영어 타이틀이 붙어 있다. STAR WARS VISIONS는 루카스 필름의 출판 담당인 J.W. Rinzler가 2005년부터 기획하고 있는 아트 프로젝트다. 스타워즈를 모티프로 한 예술작품을 모으는 기획으로 2010년에는 같은 타이틀의 책도 발간되었다. 책에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로 컬렉션의 전시를 준비 중이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는 “루카스 네러티브 아트 박물관”이라는 태그가 붙어 있다. 루카스 필름이 시카고에 건설 중인 박물관으로 이 전시는 개관 전의 선행공개라고 할 수 있다. 박물관의 개관은 2018년. 이번 삿포로 전시를 놓치면 다음은 2018년, 게다가 시카고까지 가야 한다.

 

read more>>

시장에서 느끼는 홋카이도의 ‘지금’. ‘삿포로시 중앙 도매시장’과 ‘삿포로 아침 시장’

市場で味わう北海道の「いま」。「札幌市中央卸売市場」と「さっぽろ朝市」

ジャン・ギョンゼ

さんが7月21日に投稿。

장경재 wrote this on Jul 21

여행은 짧다. 그래서 우리는 우연히 만난 사람이나 장소, 별것 아닌 먹을 것 등 여행 중에 경험한 기억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한편, 짧기 때문에 여행자는 그 시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게 된다. 홋카이도의 경우 여름의 라벤더나 겨울의 유빙처럼. 먹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행자가 그 시기의 대표적인 먹거리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백화점이나 슈퍼에는 다양한 음식이 있지만, 지역 사람들이 시기에 상관없이 쓰는 음식재료나 지역 이외의 것들도 많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나 레스토랑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이 경우 제철 음식보다는 보통 그 지역을 대표하는 요리가 제공된다. 나아가, 생선 같은 경우 농산물처럼 밭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라 한층 장벽이 높아진다. 어디로 가면 좋을까.

 

사실, 뜻박에 가까운 곳에 홋카이도의 ‘지금’ 한창인 농수산물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중앙구에 있는 삿포로시 중앙 도매시장이다. 1959년 개설된 이래, 삿포로와 홋카이도의 식탁을 든든히 책임져 주고 있다. 삿포로시 중앙 도매시장에는 청과부와 수산물부가 있는데, 각 부에 2개씩의 회사가 있어 도매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ichiba_1

7월 18일 새벽, 수산물부의 도매를 담당하고 있는 카네시메 타카하시 주식회사의 혼다씨, 키타가와씨의 안내로 수산동을 견학했다. 6시도 되지 않았은 이른 시간이지만 장내는 경매가 한창이었다.

먼저, 홋카이도산은 아니지만 최근 제철을 맞은 참치 경매를 보러 갔다. 활기 있는 젊은 경매사들의 박진감 넘치는 진행으로, 눈 깜짝할 새에 경매가 끝났다. 오늘 들어온 것은 멀리는 보스턴과 괌, 국내에서는 돗토리현 등에서 잡힌 참다랑어와 황다랑어다.

ichiba_2

넓은 장내에는 참치 전용 경매실(?) 이외에도, 근해어, 고급어 등 3개의 구역으로 나뉜 경매장이 있다. 특히 눈을 끈 것은 오오카미어 (이리치). 한국에서는 물론 삿포로에서도 본 적이 없는 생선이다. 오호츠크해 등 북쪽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으로, 혼다씨가 말하기로는 원래 많이 잡히는 생선이 아닌데 오늘 신기하게 많이 들어 왔다고 한다. 이런 풍경이야말로 홋카이도의 ‘지금’이 아닐까. 그리고 이리치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살짝 괴기스럽게 생긴 모습을 하고 있어 그런지 맛이 더 궁금해졌다. 언젠가 꼭 먹어보고 싶다.

ichiba_3_

경매 구역을 나와 마루카빌딩 1층에 있는 ‘삿포로 아침 시장’을 향했다. 주로 도매를 하고 있지만, 일반인의 출입 및 구매가 불가능한 경매 구역과 달리 누구나 쇼핑을 할 수 있는 시장이다. 신년에는 사람들이 줄을 이을 정도로, 시민들에게는 인기 있는 시장이라고 한다. 이 ‘삿포로 아침 시장’을, 더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이 최근 시작되었다고 한다. 컨셉은 ‘물건이 없을 때는 없다’고 말하는 시장. 위의 이리치도 그랬지만, 생선 등은 시장에 들어오는 수와 양이 그날그날 차이가 있다. 그런 자연스러운 도매시장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직접 사 먹는 것을 포함해 신선한 생선과의 ‘우연한 만남’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삿포로 아침 시장’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삿포로 아침 시장’에는 ‘이마노식품’이라는 수제 어묵 가게가 있다. 사실 난 어묵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무엇보다 이 ‘우연한 만남’을 놓칠 수는 없었기에, 과감히 1팩을 사서 집으로 왔다. 환상적인 맛이었다.

ichiba_4

read more>>

6월의 새로운 축제, ‘삿포로 난세키 마츠리’

6月の新しいお祭り、「札幌軟石まつり」

ジャン・ギョンゼ

さんが6月22日に投稿。

장경재 wrote this on Jun 22

홋카이도대학 축제부터 삿포로 마츠리, YOSAKOI 소란 마츠리 까지 6월의 삿포로는 축제의 계절이다. 한편,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6월의 축제도 있다. 2013년부터 이시야마 지구 (삿포로시 미나미구)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삿포로 난세키 마츠리 (札幌軟石まつり)’도 그중 하나다. 이시야마 지구는 삿포로 난세키의 채굴과 함께 개척이 시작된, 그야말로 난세키의 본고장이다. 하지만 채굴 시에 발생하는 화산재 등의 문제로, 이시야마 지구에서의 채굴은 1978년에 중지되었다. 채굴은 하고 있지 않지만 이시야마 지구에는 지금도 많은 수의 난세키 건물이 남아 있으며, 산에는 아직도 채굴 당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난세키와 함께한 지역의 역사, 기억을 계승하는 것과 함께, 더 많은 시민이 난세키에 대해 관심을 두고 배우고 즐기는 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삿포로 난세키 마츠리’가 시작되었다. 첫해부터 삿포로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구 이시야마우체국(현 포스토칸)을 중심으로 6월의 매 주말 난세키 깨기 실연, 타운 워칭, 강연회, 난세키 가마에서 구운 피자 판매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nanseki_1nanseki_2

6월 13일, 이번 ‘삿포로 난세키 마츠리’의 하나로 시행된 ‘이시야마 난세키 워칭’에 참가했다. ‘삿포로 난세키 문화 전승회’ 대표이자 난세키 마츠리의 운영위원이기도 한 ‘난세키 박사’ 이와모토 요시마사씨와 이시야마 지구를 걸으며, 난세키 채굴의 역사와 죠잔케이 철도에 관해 얘기를 듣는 이벤트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메이지 4년에 난세키가 발견, 삿포로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채굴이 시작된 ‘삿포로 난세키 광장’이다. 삿포로시가 모나미 공원 확장 계획을 발표했을 때, 이와모토씨가 새로운 공원을 ‘난세키 문화의 발신지로’ 하자는 의견을 전달, 시와 주민이 함께 의견을 모아 채굴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기로 했다. 실제로 설계를 담당한 곳은 홋카이도 조원 설계 주식회사로, 설계실장인 사토 토시요시씨는 ‘삿포로 난세키 마츠리’의 운영위원이자 ‘삿포로 난세키 문화 전승회’, ‘삿포로 난세키 발굴 대작전’의 멤버 이기도 한 난세키 마니아. 그런 사토 씨가 참가한 ‘작품’이어서 그런지 ‘난세키 광장’의 곳곳에서 난세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주민, 삿포로시, 설계자의 난세키 사랑은 외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삿포로 난세키 광장’은 제22회 도시공원 콩쿠르에서 당당히 국토교통성 장관상을 받게 된다. 참고로 사토씨는, 내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삿포로 난세키 마츠리’의 마스코트 캐릭터, 난세키군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난세키군 탄생 설화)

nanseki_3

난세키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삿포로시의 지원과 함께 매년 성장해 가는 ‘삿포로 난세키 마츠리’. 축제를 찾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6월 한 달간 이시야마 지구에서 열리는 한편, 8월 7일~9일까지 3일간, ‘카이타쿠 노 무라(開拓の村)’에서 제2부가 개최된다. 난세키 가마 피자도 등장할 예정이라고 하니 새로운 장소, 새로운 계절의 난세키 마츠리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저 즐기고 있을 수만은 없다. 아직 해야 할 난세키 공부가 산더미이기 때문이다. ‘이시야마 타운 워칭’이 끝나고 이와모토씨로부터 ‘이제 삿포로 고건축 좀 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았나?’ 라는 말을 들었다 (이와모토씨와는 이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 저, 아직 멀었어요 사부님… 난세키 공부, 분발해야겠다.

nanseki_4

read more>>

영화에서 느끼는 삿포로의 분위기, 그리고 삿포로 커피관

映画から考える札幌の空気感、そしてサッポロ珈琲館

ジャン・ギョンゼ

さんが6月2日に投稿。

장경재 wrote this on Jun 2

이 블로그의 담당자이자 친구인 미우라상의 초대로 5월 30일에 개봉하는 영화 ‘거울 속의 미소들’의 사전 시사회와 기념기자회견에 다녀 왔다. 솔직히 홈페이지에서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방문 미용(노약자 시설 등에 미용사가 방문해서 실시하는 미용)이 뭔지도 잘 몰랐고, 그리 박력 있는 영화도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하긴 어렵지만,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젊은 세대의 고민과 성장, 고령화 문제가 방문 미용이라는 테마에 잘 녹아 있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좋은 영화였다.

kge_main

이 영화는 지금 하는 일인 콘텐츠 관광과도 관련이 있다. 삿포로시가 추진하고 있는 ‘삿포로 콘텐츠 특구’ 가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한 첫 번째 작품이 이 영화라고 한다. 덕분에 약 90%의 촬영이 삿포로에서 이뤄져, 영화에서 삿포로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개 회견장에서 삿포로시장은 설명했다. 그런데, ‘해피 해피 브레드 (일본어 타이틀『しあわせのパン』)’나 ‘해피 해피 와이너리(일본어 타이틀 『ぶどうのなみだ』)’처럼 로케이션이 강조되는 영화와 달리, 도시의 일상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에서 어떻게 지역의 매력을 전달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022

키타 이치로 감독은 ‘삿포로의 분위기’라고 대답하고 있다. 주연배우인 시라이시 슌야도 시사회장과 회견장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삿포로는 도쿄와 달리 사람들이 여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확실히 삿포로의 시간은 여유롭게 흘러간다. 한편, 대개의 도시가 그렇듯 삿포로에도 편하게 의지할 만한 곳은 많지 않다. 여유롭게 흐르는 시간 속에 의지할 곳은 없는, 게다가 넓게 뻗은 공간은 오히려 도쿄보다 고독을 느끼게 하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감독이 말하는 삿포로의 분위기라는 것은, 이런 잠재된 고독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kge_sub01

한편, 삿포로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와는 다른 기억과 장소를 이 영화를 보며 떠올릴지도 모른다. 외부인이지만 조금은 삿포로에 익숙한 내가 떠올린 곳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삿포로 커피관이다. 삿포로 커피관은 영화 곳곳에, 그것도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그 인상이 강렬해서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래된 주택을 활용한 독특한 분위기와 맛있는 커피가 있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소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주 가는 곳은 영화에 나온 곳이 아닌 본점이나 츠키사무점이지만. 시사회 다음날, 영화에 등장한 키타마루야마점 ‘성지순례’를 갔다. 영화의 장면들이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여유롭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영화의 장면과 삿포로 커피관의 기억이 교차한다.

read more>>

우리 지역의 색은? –‘난세키(軟石) 색’ 도시 삿포로-

わが街の色は? —「軟石色」の街札幌—

ジャン・ギョンゼ

さんが4月30日に投稿。

장경재 wrote this on Apr 30

각 지역에는 특유의 색이 있다. 유리로 덮인 고층빌딩 숲의 도시는 파란색, 세계유산 시라카와 마을은 브라운, 요코하마나 코베의 중화가는 강렬한 빨강과 금색. 다양한 요소들이 지역의 색을 결정하는데, 간단히 말하면 문화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생각하는 한국의 색은 화강암의 색이다. 한국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인천공항에서 서울의 지하철역, 국회의사당이나 국보 석굴암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건물이나 시설에는 대개 주변에서 채취한 화강암이 쓰이고 있다. 그래서 인천공항에 도착해 검은 점이 박힌 하얀 돌의 벽을 보는 순간, 아 한국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삿포로의 색은 말할 것도 없이 빨간 벽돌, 그리고 삿포로 난세키(軟石)의 색이다. 지금은 내진 기준 등의 문제로 신축은 어렵지만, 아파트의 담이나 입구, 건물의 내장 등에 포인트로 삿포로 난석을 사용해 지역의 기억과 색을 계승하고 있다. 삿포로 난세키라는 이름은 별명 같은 것으로, 정식 명칭은 용결응회암이다. 약 4만 년 전 시코츠 화산이 분화했을 때 삿포로 부근에 날아온 화산재가 퇴적해 만들어진 돌이다. 화산재뿐 아니라 카루이시(가벼운 돌)라고 부르는 물질이 안에 박혀 있는데, 카루이시의 성분이나 양에 따라 돌의 색이 정해진다. 그래서 같은 난세키라도 삿포로, 오타루, 비에이 등 지역에 따라 색조 등이 크게 차이가 난다. 각각의 난세키를 구별해 보는 것도 홋카이도를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stone_1

삿포로 난세키는 내화성이 뛰어나 농가나 전당포, 도매상의 창고로 많이 이용되었는데,  지금은 창고뿐 아니라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난세키 창고는 천장이 높고 중간 기둥이 없어서, 특히 스튜디오나 갤러리, 카페로 인기가 높다. 그중 하나가 키타1조, 히가시2초메에 있는 구 유우자키상점 창고다. 1931년의 채소 도매상의 저장고로 지어진 건물은, 2013까지 찻집 이시노쿠라로 이용되었다. 삿포로 건축 감상회의 신년회를 연 적도 있어 개인적으로도 친숙한 건물이다.

stone_2

그러던 어느 날, 주변을 지나며 건물이 해체되는 것을 보았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역사적 건축물 주변에는 항상 재개발의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희소한 벽돌로 만들어진 ‘오지 사몬관’이 2012년에 철거되었고, 키타8조 니시1초메에 있는 ‘이시노쿠라 갤러리 하야시’도 조만간 일대가 재개발될 예정이다. 구 유우자키상점은 다행히 난세키가 재이용된다는 정보가 있어 일단 안심했다. 이시야마지구에는 삿포로에서 유일하게 난세키를 채굴하고 있는 츠지 석재라는 회사가 있는데, 해체한 난세키를 거기에 보관한다고 한다. 당시에는 담이나 포인트로 활용하겠지라고 생각했었다.

stone_3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2015년, 완성된 건물을 보러 갔다. 난세키 창고는 새로 지은 아파트에 붙은 형태로 완전하게 재건되어 있었다. 아직 삿포로 생활이 짧은 나는 물론이고 삿포로 건축 감상회의 스탭들도, 해체한 난세키를 같은 순서도 다시 쌓아 올린, 삿포로에서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재건축에 감격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입주자가 들어오면 완성한 건물의 내부를 볼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예상도 보기좋게 빗나갔다. 재건한 건물을 홋카이도 교육대학이 ‘아트 & 스포츠 복합시설 HUG’ 로 이용하기로 해, 학생의 작품 전시 등 이벤트가 있을 때는 자유롭게 내부를 구경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개관 전시를 보러 갔다. 개성 넘치는 학생들의 작품과 함께 눈을 끄는 것은 예전 부재를 재활용한 천정 등 내부 장식이었다. 무엇보다 1층에서 2층 사이에는 유우자키 상점 시대에 거래지역에서 보내온 공식 도매상 인증 간판을 전시해 놓아, 건물의 지금까지의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stone_4

오래된 건물이 없어지는 것과 함께 조금씩 사라지는 지역 특유의 색. 구 유우자키 상점 (현 HUG)의 재건은, 지역의 색을 빛나게 하는 것과 재개발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ead more>>

시카고 그레이스톤과 삿포로 난세키

シカゴグレイストーンと札幌軟石

ジャン・ギョンゼ

さんが3月31日に投稿。

장경재 wrote this on Mar 31

학술회의 참가로 5일간 시카고에 와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찬 스케쥴. 유일한 즐거움은 매일 호텔에서 회장까지 걸어가며 시카고의 거리를 보는 것이다. 시카고는 어딘가 삿포로를 닮았다. 넓은 바둑판식 도로에 늘어선 고층빌딩들. 그리고 무엇보다 닮은 점은 오래된 건물의 표면에 회색의 석재가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chicago_2
사실 나는 ‘삿포로 난세키(軟石) 발굴 대작전’ 대원이라는 또 하나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 삿포로 건축 감상회의 사업으로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나는 3년째) 삿포로 난세키 발굴 대작전은, 개척시대부터 지금까지 삿포로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석재인 삿포로 난세키를, 대원 스스로 걸어가며 발견하고, 서로 발견한 난세키 건물을 종합해 지도를 만드는, 시민의 손으로 문화유산을 발굴해 가는 활동이다. 그런 이유로, 삿포로 난세키와 살짝 닮은 시카고의 ‘석재’는, ‘삿포로 난세키 발굴 대작전’ 대원으로서 내 가슴에 불을 댕겼다.
일정이 끝나고 저녁에 호텔로 돌아와 시카고의 건축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시카고에서 건물에 주로 쓰는 것은 석회암(라임스톤). 특히, 시카고가 속한 일리노이주에 인접한 인디아나주산의 ‘인디아나 라임스톤’이라고 한다.사실 이 라임스톤은 건축 재료 분류상 ‘연석(난세키)’에 속한다. 같은 난세키 가족이다.
한편 시카고에 라임스톤을 사용한 석조건물이 많은 것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1871년, 미국 사상 최대의 재해로 불리는 시카고 대화재가 발생한다. 17,400채 이상의 건물이 전소했는데, 특히 목조건물의 피해가 컸다고 한다. 이 화재로 시카고시는 목조 건물의 건축을 금지했고, 도시를 재건할 때 많이 쓰이게 된 것이 인디아나 라임스톤이다. 참고로 현재 시카고 시 깃발에는 4개의 붉은 별이 있는데, 왼쪽 두번째 별이, 시카고 대화재를 상징하는 별이라고 한다.

chicago_1
라임스톤을 파사드(표면)에 사용한 건물 중에서도, 1890년에서 1930년경에 만들어진 개인 주택에는 그레이스톤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특별한 이름이 붙어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레이스톤건축은 시카고 시민에게 아이덴티티이자 문화유산이다. 그리고 삿포로 건축감상회와 같이, 시카고에도 그레이스톤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민 활동으로,  NPO활동으로 시작해, 지금은 시카고시, 대학 등 연구기관도 참가, 지원하고 있는 The Historic Chicago Greystone Initiative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그레이스톤 건축이 지역의 자랑이 되며, 커뮤니티의 문화유산과 문화 진흥에 크게 이바지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그레이스톤 건물의 인증 제도 운용, 가이드라인 작성, 워크샵 개최 등의 활동을 주민들과 함께 이어가고 있다.

chicago_3
언어도 문화도 다른 시카고와 삿포로지만, 친근한 석조 건물을 시민의 문화유산으로 여기고 스스로의 손으로 지켜가는, 똑같은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며 조금이나마 시카고와 삿포로가 이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삿포로에 돌아가면 ‘삿포로 난세키(軟石) 발굴 대작전’ 대원으로서의 활동도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read more>>

내일은 탐정 도시 삿포로

目指そう探偵の都市札幌

ジャン・ギョンゼ

さんが3月2日に投稿。

장경재 wrote this on Mar 2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잠시 휴식이 필요할 때 추리소설을 읽으면, 범인에 대한 생각에 빠져 고민을 싹 잊게 된다, 그러다 중요한 일들까지 잊어버리는 게 문제지만. 추리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다른 소설보다 그 장소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크게 받는다는, 그리고 실제로 그곳에 가보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힌트를 주기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하는 점도 있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추리소설에는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탐정이 등장하는 것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002

 

다양한 탐정, 형사가 추리소설 속 세계에 ‘살고 있다’. 런던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셜록 홈스가 있고, 북해를 건너 스웨덴에는 진지하지만 운이 없어 항상 피투성이가 된 채 범인을 쫓는, 사적으로는 부인에게 이혼당하고 좋아하는 여검사에겐 뺨을 맞기도 하는 쿠르트 발란더 형사 (헤닝 만켈의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의 주인공)가 있다.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서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는, 완고하고 다혈질에 여자를 좋아하는, 하지만 정의감 강한 전형적인 라틴계 몬탈바노 경위(안드레아 까밀레리의 ‘몬탈바노 경위 시리즈’의 주인공)가 있다.

탐정이 사는 곳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나뿐만은 아닌가 보다. 런던의 베이커 가는 말할 필요도 없고, 스웨덴 남부의 작은 도시 이스타드와 시칠리아의 포르토 엠페도클레는, 소설의 인기와 함께 유럽 전역에서 관광객이 방문하는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포르토 엠페도클레는, 소설에 등장하는 가공의 지명인 ‘비가타’를 공식 지명에 붙여 쓸 정도다.

 

001

 

한편 유럽뿐 아니라, 삿포로에도 유명한 탐정이 살고 있다. 1992년 첫 작품이 출판되어 그 후 영화로도 나온, 작가 아즈마 나오미의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의 주인공 ‘나’다. 더욱이 그 탐정은 스스키노의 바에 있다. 삿포로다운 설정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를 처음 읽은 것은 2010년이다. 술 좋아하고 남자다운, 그러면서 어느 틈엔가 흠씬 두들겨 맞고 있는, 바에 가면 정말 있을 것 같은 평범한 모습이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점이 매력적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탐정은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캐릭터에 이름은 꽤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왜 이름 안 지었냐고 아즈마 작가께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겠지만).

마지막으로, 잘 안 알려졌지만, 삿포로시는 1981년에 ‘세계 겨울 도시 시장 회의’라는 도시 네트워크를 만들어 지금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화천, 인제, 태백이 가맹). 탐정이 있는 도시기도 하니, 다음엔 ‘세계 탐정 도시 연합’을 만들어, 세계 각지의 추리소설 속 탐정을 모아 이벤트를 여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망상에 빠져본다.

read more>>

포스(Force)와 피스(Peace), 제66회 ‘삿포로 눈축제’

フォース(Force)とピース(Peace)、第66回「さっぽろ雪まつり」

ジャン・ギョンゼ

さんが2月12日に投稿。

장경재 wrote this on Feb 12

May the Force be with you (포스가 함께 하기를).

SF영화의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이 구절은, 영화 Star Wars 시리즈에 등장하는 명대사다. 1977년 발표된 에피소드4에서부터 2015년 말 개봉 예정인 에피소드7까지, Star Wars 시리즈는 전 세계 SF 팬들의 바이블과도 같은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이 Star Wars를 모티브로 한 대형 설상이, 제66회 ‘삿포로 눈축제’에 등장했다. 내가 삿포로에 온 뒤로 이 정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눈축제는 없었다. 물론 Star Wars 없이도 삿포로 눈축제는 매년 250만 명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이벤트지만, 올해는 Star Wars의 ‘포스’가 더해져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Star Wars가 이토록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연구분야는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만화 등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사람들의 이동과 교류를 연구하는 ‘콘텐츠 투어리즘’이다. 콘텐츠의 중요한 역할은, 단순히 감상 대상이 될 뿐 아니라 공통의 화제를 만들고, 교류의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2014년 9월, 스타워즈 에피소드 4와 에피소드1의 촬영지인 튀니지에 조사를 다녀왔다. 말도 통하지 않는 사하라 사막의 한가운데, 대화의 계기가 된 것은 Star Wars였다. Matmata라는 작은 마을에서는 Star Wars를 통해 현지 주민과 친해져 다음날엔 주변을 안내받아 튀니지의 문화와 역사도 배울 수 있었다. 콘텐츠가 정말로 교류의 계기가 된 것이다.

 

001

 

한편 눈축제에서는, 설상이 콘텐츠와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2012년에 히츠지가오카에 있는 삿포로 눈축제 자료관에 방문했을 때, 난 무척 놀랐다. 눈축제에 등장하는 대형 설상은, 자위대가 중심이 되어 만든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군대에서 눈은, 그저 방해되는 존재다. 통행뿐 아니라 작전에도 크게 장해가 되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오는 동부전선에서는 눈 치우기가 일과의 중요한 부분으로, 그 지역에 근무한 친구들은 농담 반으로 적이 쳐들어오는 것보다 눈 오는 게 싫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육상자위대는, 일부러 그 눈을 모아서 설상을 만든다. 설상 제작을 통해 눈은 방해되는 존재에서 예술이 되고, 콘텐츠가 된다. 그렇게 콘텐츠가 된 설상은, 눈축제를 방문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 교류의 계기를 만든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자위대가 만든 Star Wars 설상이, 세계의 마음을 잇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Peace(평화)를 구축하는 Force(힘)가 아닐까. 내년 눈축제에는 어떤 설상이 등장할까, 기대하면서 눈으로 평화를 만들어 가는 설상 제작 자위대를 응원한다.

마지막으로, May the “Peace” be with you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002

 

read more>>